시즌을 관통한 롯데자이언츠의 목표. '투수진 대 개편'



2015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롯데 프런트의 기조는 일관적입니다. '투수진 대 개편'


한 시즌 내내 투수진의 문제가 생겨 '롯데시네마'라는 팀 컬러까지 생겼지만,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죠. 이미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투수 쪽에서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후 투수 육성을 위해 팀에서 영입한 김시진 감독이 쓸놈쓸을 통해 오히려 투수를 파괴시킨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구단 측의 신인 지명 실패, 투수 육성 실패 등이 겹치면서 올해 같은 모습이 생겼습니다.



[자이언츠노트] 고령화 가족, 20대가 사라진 롯데자이언츠 마운드 (2014.10)


이미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진은 지나치게 고령화되었고, 세대교체에 실패한 팀의 말로는 '롯데시네마'였습니다. 2011~12년 투수 체계가 갖춰있던 팀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같은 이름의 선수들이 3살을 더 먹은 팀의 모습에 불과했습니다. 정대현, 김성배, 이명우, 강영식, 최대성 등의 선수들이 같은 보직에서 3년째 뛰고 있었으니까요. 투수 막내가 홍성민이었고, 그다음이 최대성이었는데 최대성의 나이가 30세.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죠.


결국 새로 부임한 프런트는 칼을 빼들었는데 리그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장성우까지 활용했습니다. 장성우 <-> 박세웅으로 대표되는 트레이드지만, 속을 살펴보면 프런트가 투수진 세대교체에 절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5월 2일, kt와의 빅딜]


[OUT] 최대성(30세), 하준호(26세), 장성우(25세), 윤여운(25세), 이창진(24세) - 평균 연령 만 26.0세

[IN] 이성민(25세), 조현우(21세), 박세웅(20세), 안중열(21세) - 평균 연령 만 21.5세


내준 선수를 보면 포수 장성우를 포함해 야수가 4명이었고, 그 중심엔 장성우가 있었습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였던 장성우를 내줬고, 팀에서 전략적으로 키워야 했던 이창진까지 내주면서 트레이드를 성사 시켰습니다.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던 최대성을 정리하고, 투수진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 했던 모습이 보입니다.


반면 들여온 선수를 보면 총 4명 중 3명이 투수였고, 그 중심엔 투수 박세웅이 있습니다. 2011년 이후 4년째 5선발 발굴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는 젊은 선발투수가 필요했고 결국 박세웅을 영입하는데 성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통파 우완투수 이성민과 이명우-강영식을 대체할만한 카드로 평가받는 조현우를 함께 영입하면서 투수진 개편에 의지를 보입니다.


이젠 자이언츠의 10년 미래, 박세웅 ⓒ SBS스포츠


[2차 드래프트]


2년에 한번 씩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서도 롯데 자이언츠는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올해 열린 2차 드래프트는 KBO 역사상 세 번째 였는데요. 타팀과 다른 자이언츠만의 특징이 있었다면, '즉전감'만 뽑았고, 필요에 따라선 픽을 패스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2011년 제 1회] 1R - 두산 김성배, 2R - LG 박동욱, 3R - 패스 

[2013년 제 2회] 1R - 한화 이여상, 2R - 넥센 심수창, 3R - 패스

[2015년 제 3회] 1R - 넥센 박헌도, 2R - LG 김웅, 3R - kt 양형진




[OUT] 투수 이상화(kt, 27세), 심규범(NC, 24세), 정재훈(두산, 35세) - 평균 연령 28.7세

[IN] 외야수 박헌도(넥센, 28세), 투수 김웅(LG, 21세), 양형진(kt, 24세) - 평균 연령 24.3세


자이언츠 투수 중에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보여준 게 많았던 이상화. 2015년 이종운 감독의 모든 것은 이상화를 위해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상화의 5선발 안착을 위해 모든 것을 조절했던 것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그 과정에서 한계를 본 프런트는 이상화를 40인 보호에서 풀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화는 kt로부터 3라운드 첫 번째 지명을 받으며 이적을 하게 됩니다.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한 정재훈도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즉전감을 뽑겠다는 이종운 감독의 생각은 완벽하게 빗나가게 되었으며, 당시 보호선수 명단에 풀린 것으로 알려진 홍상삼, 박건우 등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올해 2차 드래프트가 기존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즉전감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것과 3라운드까지 모두 픽을 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2차 드래프트 본 의미를 가장 잘 살리던 게 롯데 자이언츠였는데,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진의 보강을 위해 젊은 투수를 두 명 영입했습니다.



[방출 / 무소속 영입]


[OUT] 투수 나승현(28세), 이웅한(27세), 외야수 임재철(40세), 황동채(32세), 내야수 박준서(34세), 고도현(25세)

[IN] 투수 최영환(한화, 24세)


시즌이 끝나고 팀마다 보류명단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류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팀에서 방출되거나 내년에 육성선수로 전환이 되게 되는데요. 애증의 선수였던 나승현이 그 명단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보류명단에서 투수 나승현과 이웅한울 제외합니다. 


그리고 한화로부터 방출된 투수 최영환을 영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최영환은 145km/h 이상을 던지는 우완투수였지만, 부상에 따른 수술로 인해 공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차후 공익근무를 통해 군 복무를 대신하면서 재활에 힘쓸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성이 생각나는 선수네요.



윤길현, 사직 야구장에서 한컷 ⓒ 롯데자이언츠


[FA / FA 보상]


[OUT] 심수창(한화, 34세), 김승회(SK, 34세)

[IN] 손승락(넥센, 33세), 윤길현(SK, 32세), 박한길(한화, 21세)


올해 FA 시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불펜 보강'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왜 1루는 보강하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고원준과 진명호가 복귀함에 따라 보직이 애매해진 심수창과의 이별을 선언했고, FA가 1년밖에 남지 않은 김승회를 보호명단에서 풀었습니다. 


위에 열거된 모든 투수진 개편 계획의 방점은 손승락과 윤길현이라는 즉전감의 영입이었습니다. 유망주는 아무리 고평가 해도 유망주일 뿐이라는 말이 있지요. 결국 1군에서 보여준 게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손승락과 윤길현의 영입은 '투수진 대 개편' 과정에서의 안전장치였습니다.

 

 

최근 5년 롯데 자이언츠 최다 세이브


2011년 김사율 20세이브

2012년 김사율 34세이브

2013년 김성배 31세이브

2014년 김승회 20세이브

2015년 심수창 5세이브


2015년 롯데 자이언츠의 최다 세이브는 심수창의 5세이브였습니다. 심수창의 보직이 마무리로 고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감안했을 때 아예 불펜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없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1년간 팀이 거둔 세이브가 19세이브인데, 지난 4년간 팀의 마무리 한 명이 거둔 세이브보다 적었습니다.


혹자는 롯데가 FA 시장에서 손승락-윤길현에 지나치게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돈을 지급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상황일 때 하는 소리지요. 팀 내 최다 세이브가 5세이브보다 낮은 팀은 21세기 들어 KBO에서 단 한 팀도 없습니다. 기존의 가치관으로 형성된 시장가는 롯데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이죠. 기존의 상식을 파괴한 게 2015년의 롯데 마운드였으니까요.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오버페이는 필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손승락-윤길현이 FA 잔혹사를 쓴다 해도 그건 팀의 기본적인 전력을 위해 감당해야 할 리스크이지, 리스크를 두려워해서 투자를 포기한다면 또다시 올해의 재판이 될 뿐입니다.


'양떼불펜'의 성공 요인에 대해 롯데의 한 투수가 말했던 게 생각납니다. 그 선수는 자신이 겪었던 다른 감독들과 달리 자신이 언제 나가야 할지 계산이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똑같이 몸을 풀더라도 내가 언제 나갈 것인지 예측이 가능한 상황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피로도가 달라지고 몸 상태가 달라지는데,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었다는 소리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져 오는 감독의 성향은 불펜에 체계가 갖춰져있지 않았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절도 있었다는거.. ⓒMBC SPORTS+


손승락, 윤길현의 영입이 가져다줄 긍정적인 영향은 바로 그 계산이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마무리와 셋업맨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 그땐 기존의 선수들도 시즌 내내 겪었던 보직 혼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보직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불펜의 축이 굳건하니까요. 경기 중에 적절한 긴장감을 가지며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젠 SK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김승회의 예를 들어보자면, 마무리로 출발해 셋업맨 - 선발투수 - 중간 계투 등 시즌 내에서 여러 번 보직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케이스가 팀에 많지요. 이명우, 심수창, 이성민, 강영식 같은 선수는 최소 2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경험한 선수들입니다.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선 뒷문을 단단히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손승락, 윤길현에게 투자한 4년이라는 시간과 금액은 본문에 언급된 모든 유망주 투수들에게도 돌아갈 것입니다. 두 선수가 방파제가 되어 가장 큰 파도를 막아줄 것이며,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받던 투수들이 불펜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군에 코업 되어 불펜 등판, 난타당한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던 게 올해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 still hungry]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층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 수 있는 두가지 상징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2차 드래프트때 나왔습니다.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각 팀들이 데려가는데, 롯데 자이언츠에서 최초로 불린 선수는 이상화 였습니다. 그리고 이상화가 선택된 순서는 3라운드 1픽. 첫 픽이 3라운드때 나온건 롯데 자이언츠가 유일합니다. 어지간하면 1~2라운드 안에는 선수 하나가 뽑히는데 롯데의 첫번째 선수를 뽑느니 다른 팀의 두번째, 세번째 선수를 뽑는게 합리적이었다는 소리죠.


두번째는 얼마전의 일입니다. 넥센은 '손승락'의 영입으로 인한 롯데의 보상선수 1인을 받아가는 대신 5억 3천만원을 택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올해 보호선수로 묶인 20인을 제외한 1명보다 5억 3천만원의 가치가 넥센에게 더 컸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았고 팀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것을 방증합니다. 



??? : 얘를 받느니 5억 3천만원이 낫겠는데요? ⓒSPOTV


이런 면을 봤을 때 롯데 팬에서 신경 쓰는 유망주들이 '제 새끼니까 예쁜 유망주'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마 만족스러운 저의 생각도 롯데 팬이기에 느끼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배가 고픕니다. IF를 전부 걷어내고 생각해본다면,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고 즉전감으로 보강된 선수는 기껏해야 손승락, 윤길현 두 명에 불과합니다. 박세웅도 아직 유망주, 고원준은 수술 후 1군 등판을 하지 않은 상태, 송승준은 하락세. 들어온 자원들에게 IF가 많이 걸려있는 상황이라 완벽히 희망을 가질 정도는 아닐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엔 황재균, 내후년엔 손아섭의 FA가 예정되어 있고, 그들을 대체할만한 자원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현재 내야는 1루수가 여전히 구멍인 상황에서 황재균의 대체 자원이 없기 때문에 오승택을 3루로 돌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유격수와 1루수라는 두 개의 구멍이 생깁니다. 아직 강팀이라 불릴 수 없는 이유도 주전과 백업 간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올해 투수 주전들을 땜질했다면, 이젠 야수 주전을 땜질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죠. 그래서 아직 배가 고픕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사실 2015년 자이언츠의 모습은 모기업인 롯데그룹의 상황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두산에게 장원준을 빼앗긴 후 이윤원 단장이 말했던 것은 'FA에게 거액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 돈이면 유망주를 육성하는 게 낫다. 내 임기 동안 외부 FA 영입은 없다. 당분간 성적이 안 나올 수도 있을 거라 모기업에도 이야기해놓은 상황이다.'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FA에서 그 말과 다른 모습을 보인 건 한가지 이유입니다. 롯데그룹의 상황. 그리고 그룹 이미지 재고의 필요성. 이미지 재고를 위해선 투자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고, 신동빈 회장의 입에서 직접 '불펜 보강'을 지시받았다는 것도 크게 작용할 겁니다. 어쩌면 프런트 입장에선 생각하지 않았던 FA 시장 참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적인 이유로 팀의 기조가 바뀌기 전에도 후에도 공통적으로 '투수진 대 개편'의 행보를 보였던게 자이언츠 프런트 입니다. 트레이드 - 2차 드래프트 - FA - FA 보상 선수 - 방출 선수 영입까지 대대적으로 투수진 개편에 집중했습니다. 주로 복권 수집을 하면서 FA를 통한 즉전감 영입까지 마쳤습니다. 1년을 크게 봤을 때 한가지 테마를 갖고 팀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아마 이 시간에도 프런트는 팬이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물론 저만의 바람일수도 있지만..).


다행히 2015년에 투수진을 대폭 보강하면서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그리고 퓨처스 투수진까지 전반적인 구색은 모두 갖춰진 상황. 이제 남은 것은 가져온 복권을 터트리기 위해 프런트가 어떻게 지원해주느냐입니다. 우선 제 머리에 떠오르는 건 상동구장의 시설 개선이네요. 30도가 훌쩍 넘는 한여름인데도 야간 조명이 없어 낮 1시에도 경기를 해야 하는 환경에선 선수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아마 직접 2군 경기를 보기 위해 상동을 자주 찾는 분들은 더 많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계시겠죠. 선수들은 더할 겁니다. 인프라의 구축 없이 발전은 없습니다. 유능한 코칭스태프의 영입, 신인 지명에 필요한 스카우트 확충 등도 팀에 필요한 투자일 것입니다.


I'm still hungry.


그리고 사실 팀을 이끄는 사람들이 프런트인 만큼 프런트 자원에도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야구단이 필요한 역량은 점차 커지는데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기존 인원에게 더 높은 업무 강도가 주어진다는 건 짐작으로, 그리고 실제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지금 프런트는 모르겠는데 이전 프런트까지만 해도 경기 진날은 사무실에서 고성이 나오고 퇴근도 쉽게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니..). 결국 프런트도 야구단의 일원이기 때문에 선수뿐만 아니라 프런트에게도 더 좋은 지원을 해주고 그들의 업무환경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장과 프런트 모두의 발전이 있어야 롯데 자이언츠 팀에 시너지 효과가 생기겠죠.


아무쪼록 여러모로 발전하는 자이언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승에만 목매달았으면 삼성 라이온즈 응원하면 쉬운 거 아니었겠습니까? 박한이 딸이 경험한 우승 횟수가 원년부터 롯데 자이언츠 응원하신 분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니까.. 근데 내가 응원하는 팀이 좋은 팀이 되길 바라는게 제 마음이라 그냥 기다리고 또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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